[지갑 털어주는 기자] 제주 '관광객용 맛집'에 넌더리 난 당신을 위해…

입력 2017-05-11 18:20   수정 2017-05-12 06:33

제주 현지인이 꼽은 맛집 50곳


[ 김보라 기자 ] 해병대 모자를 꾹 눌러쓴 칼잡이 할아버지가 고등어회를 썰다 말했습니다.

“그 여자 놓치지 마, 꽉 잡어.”

영화 속 장면이 아닙니다. 2012년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주 토박이인 지인을 따라 제주에 갔습니다. 그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무작정 식당으로 끌고 가더라고요. 돌하르방식당. 이름만 듣고는 “무슨 대놓고 관광객들이나 상대하는 식당을 가냐”고 투덜댔죠. 허름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날 하필 비가 왔고, 배를 못 탄 어부들이 아침부터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예외없이 각재기(전갱이의 제주 사투리)국 한 그릇과 고등어회 한 접시(사진), 한라산 소주가 한 병씩 놓여 있었습니다.

주방에 있는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식당 이름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습니다. 조각으로만 보던 돌하르방의 실제 모델인 줄 알았거든요. 능숙한 칼질로 갓 잡아 온 고등어회를 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 앞으로 달려가 각재기국 여러 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주방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절대 칼과 국자만큼은 내주지 않더군요. 음식에만 집중하던 할아버지는 우리 일행이 문앞을 나설 때 (당시 남자친구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그 여자 꽉 붙잡으라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묻지는 못했습니다. 부부가 된 다음해부터 1년에 서너 번은 꼭 제주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30년 넘게 ‘고기파’로 살아온 내가 고등어회 노래를 부를 줄이야.

5년이 지났습니다. 돌하르방식당은 방송에도 자주 나오고, 리모델링도 했습니다. 예전과 같은 느낌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방을 지키는 할아버지 덕에 손맛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돌하르방식당이 특별한 건 제주에서 진짜 현지인이 가는 정직한 맛집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제주에서 서울보다 훨씬 비싼 돼지고기를 먹어봐도 특별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해녀가 방금 따온 해삼이라고 해서 먹었는데 가게 옆 수조에 늘어져 있는 멍게 해삼을 보고 허탈해 한 관광객도 있습니다.

‘제주 맛집’ 검색으로 실패해 본 사람들에게 재도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주관광공사와 사단법인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한라대가 선정한 ‘제주 현지인이 꼽은 맛집 50곳 지도’가 나왔습니다. 제주도민의 의견을 취합해 1차 맛집을 추리고, 10명의 맛집 추천위원이 최종 맛집을 뽑았다고 합니다. 20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제주 고메위크’ 행사와 연계해 유명 셰프들의 콜라보 메뉴도 소개한다고 하네요. 사이트는 ‘jejufoodandwinefestival.com’입니다. 돌하르방식당도 이 목록에 당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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